2025 6월 전국 수국 축제 일람표

물꽃, 수국에 대하여

작은 꽃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공처럼 피어난다. 이름은 수국(수구Hydrangea). 부풀어 오른 꽃송이는 어쩐지 사람의 마음과 닮았다. 조각조각 흩어진 감정이 어느 순간 하나로 둥글게 모일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곤 하니까.

수국의 색은 참으로 다양하다. 분홍, 파랑, 보라, 그리고 흰색. 하나의 꽃이 여러 빛깔을 품고 있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토양이 그렇듯, 수국도 자신이 뿌리 내린 땅의 성질에 따라 색을 바꾼다. 산성이면 파랗게, 중성 혹은 알칼리성에서는 분홍으로. 땅이 말하는 대로 꽃이 듣고 응답하는 셈이다.

피는 시기는 6월에서 7월. 초여름의 가장 아름다운 시점에 수국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등장한다.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 많은 꽃이 비에 지쳐 고개를 떨굴 때, 수국은 오히려 빗속에서 더욱 찬란해진다. 마치 슬픔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누군가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에 ‘물꽃’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수분을 좋아하고, 반그늘에서 잘 자라며, 비 오는 날이 오히려 빛나는 수국. 그 모습은 위태로운 시기일수록 더 반짝이는 어떤 생을 떠올리게 한다.

꽃말은 “변덕”, “냉정”, “진심”, 그리고 “처녀의 꿈”. 어쩐지 상반된 의미들이다. 이중성, 모순, 복잡성. 수국은 그런 감정을 품고 있다. 겉은 풍성하고 화려하지만, 그 안엔 조금은 차갑고 단단한 마음이 숨어 있는 듯하다. 사랑하면서도 밀어내고, 기대하면서도 의심하는… 그런 마음. 어쩌면 사람의 진심도 늘 그렇게 흔들리고 겹쳐지는 것 아닐까.

수국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한 송이의 꽃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면, 우리 마음 또한 누군가에겐 그렇게 꽃처럼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비 오는 어느 날, 조용히 한 송이 수국을 누군가에게 건네보는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