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여

좁은 방 한 칸, 어둠 속에 숨 쉬는

빛바랜 저고리, 헐거운 마루 아래

가난이란 무거운 짐을 이고서

무너진 어깨, 손끝에 맺히는 가난의 쓰라림

 

찬바람 불면 빗줄기 창을 두드리고

삭막한 벽장 속에 작은 꿈들은 숨을 죽여

비탄의 무게로 식어만 가는 밥상

한숨 섞인 말들 속에 부서지는 희망

 

하지만 빛 한 점 없는 밤길을 걸으면서도

빈손으로 쥔 서로의 손길만이 전부

낡은 신발 끝, 질긴 땅을 차고 오르며

무릎 꿇은 삶 앞에서도 우린 서로를 부른다

 

내일의 빛은 보이지 않아도,

칠흙같은 깊은 어둠 속에서도

그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가난의 그림자 속에 피로물든

뜨거운 사랑만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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